퇴직

실업

백수

구직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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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들이 거칠거칠하고 퍽퍽하기 그지없습니다.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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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단어도 그다지 세련되지도 따뜻하지도 않네요.

 

그 단어들 속에 제 퇴직의 이유 중에는 '임.금.체.불' 이라는 텁텁하고 쓰디쓴 단어와

청산되지 않은 '임금' 이라는 공허한 단어들도 둥둥 떠다닙니다. 

아직도 관할고용센터 직원이 저를 보며 말한  '안쓰럽다'는 단어가 제 귓 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안쓰럽다'는 말에

'제가 미련했습니다' 라고 멋적게 대답하였습니다.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 지난 시간은 안쓰러움과 미련스러움으로, 또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2016년이고 누워서 손바닥만한 화면으로 티비도 보고

미국에 있는 친구와 화상통화도 하는 시대에 -

건축이라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학문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아온 저란 사람은

그 역사의 고리 덕분인지, 시대착오적인 노동과 정당한 분배에 대한 문제로 인해

 

3년 6개월 만에 드디어!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말고 다른 단어를 찾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실업자 . 구직자. 뭐 그런거 말고 ..)

자연인-이라고 할까요?

 

 

그래, 도시 속 자연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낮시간에 병원도 갈 수 있고

시간에 쫒기지 않고 마음껏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강아지와 긴 산책도 할 수 있고

그동안 미뤄뒀던 취미생활도 하려합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 보려 합니다.

 

3년 그리고 6개월

그동안 좋은 동료들과 함께 재밋게 또 열심히 다녔던 일터를 떠나는 날

한가득 품에 짐을 안고서 너무 환하게 웃어버렸습니다.

'하나의 매듭이 묶여지는 순간이구나..' 라는 생각에 정말 환하게 웃으며 건물을 나왔습니다. 

 

 

 

 

 

2012. 11. 1~ 2016. 3. 28

bye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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