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옷을 챙겨입고는 회사로 나갑니다.

그 사이 집에서 지온이(4세.멍멍이)는 저를 기다리며 새를 쫒기도 하고

골목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멍!' 하고 인사도 하겠지요.

옆방에 사는 친구는 오전의 끝무렵 씻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동네 옷가게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갑니다.

그 사이 수많은 구름들이 마당에 그림자를 만들고

엊그제 주문한 택배를 배달하는 배달부 아저씨의 방문에 지온이는 또 '멍!'하고 짖을 것입니다.

바람이 차가워 지고 해가 뉘였하면, 저는 집으로 돌어와 간단히 밥을 먹고나서

따뜻한 차한잔 이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글을 쓰기도, 책을 읽기도 합니다.

잠들기 전 남자친구와 전화로 긴 대화를 나누고 나서 스르르 잠이 듭니다.

이렇게 1년 365일의 대부분은 지온이의 지루한 하루하루처럼, 가회동 3ㅈhouse는 평범한 일상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은,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

가회동 3ㅈhouse에는 특별한 콘서트가 펼쳐집니다.

2014년 5월부터 '쌩목콘서트'라는 이름으로 2015년 11월 까지 총 8번의 어쿠스틱 콘서트가 집에서 열렸습니다. 

지금은 이사 간 옆방친구 '미소'와 함께 기획한 하우스콘서트였죠.

미소의 이사와 함께 아쉽게도 2년간의 '쌩목콘서트'는 유종의 미를 거두웠습니다.^^

 

공연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지온이를 격렬하게 산책시키고 ^^ 집안 이곳저곳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화장실도 반짝이게 청소를 합니다. 어떤날은 30인분의 음식을 주방에서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손님맞이, 공연준비에 그 전날부터 바짝 긴장을 하곤 합니다.

 

지난 토요일 2016년 2월20일 오후 5시

이번엔 특별히 '세상에서 가장작은 콘서트: 홈메이드 콘서트'의 30번째 콘서트가 가회동 3ㅈhouse에서 열렸습니다.

 

약 1주 전부터 홍보를 하고 예약을 받았습니다.

소규모하우스 콘서트여서 예약은 20명 한정이었고 콘서트 3일 전 조기매진도 되었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22명이 예약을 해주셨고 약 25명의 사람들로 방과 거실이 꽉찼습니다.

제방의 침대와 옷걸이를 작은 방으로 옮기고 방과 거실사이의 미닫이문 2짝을 떼어 한쪽 벽에 붙여 두었습니다.

일상을 책임지던 방과 거실은 무대와 관객석으로 바뀌었고,

비로소 한 단번, 단 한곳의 특별한 공연장이 되었습니다.

 

 

 

 30번째 홈메이트 콘서트의 뮤지션 '싱어송 라이터 임현정' 님과 '지고'님 

어릴적 상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명가수가 내방에서 노래를 해주는 상상.. ^^

살다보면.. 그런날이 정말 오게되네요 :)

 

 주택가에 위치한 3ㅈhouse여서 한번도 음향장비를 써서 공연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신기한 장비들이 방안을 채워 좋은 소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랜시간 한쪽 벽을 채워준 저의 책장이 오늘은 특별히 무대의 뒷 배경이 되었습니다.

노래의 감정이 모두의 발까락으로 표현된 :) 진~한 공연이었습니다.

양파같은 매려의 '지고'씨의 음악에 모두들 푹 빠져버렸습니다.

오후5시에 시작된 공연은 7시가 다 되어 끝이 났습니다.

 '지고'님의 그 옛날 만드셨다는 '고양이'라는 곡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듯,

버스에 내려 골목을 걸어 대문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관객들을 이 공연장에 들어오게 됩니다.

낯선 방은 이지만, 단지 방이어서 편안한 그곳에 앉아 음악을 듣습니다.

 

나의 바로 앞, 무대도 객석도 구별되지 않는그곳에서 진심을 다해 뮤지션은 노래를 하고 악기를 연주합니다.

뮤지션들은 시간을 여행하듯 그들의 비밀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집은 슬픔과 기쁨 우울함 즐거움 ... 많은 감정을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기에 매번 공연이 열릴 때마다 저의 비밀과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비밀이 뒤섞여서

제게는 세상에 단 한뿐인 공감과 추억을 '집'안에서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오신 모든 분들이 그러하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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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집 가요"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말할 때
자주 '가회동 집'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그 집-은 단순히 '집'이란 물성이 아닌 '가회동 집'이란 장소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는 여러차례 이사를 전전한 나의 이십대의 행보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머문지 4년이 넘어가는 가회동 집을 생각해 보면, 떠돌아 다닌 사실 보다는 역시 '가회동'이라는 장소 자체가

내게 '집'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내게 '가회동집'의 범주는 작게는 대지 40평가량에 있는 3ㅈhouse의 마당과 7칸의 한옥채를 뜻하고,

정서적으로 내게 많은것들이 친근한-숫가락 수를 아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사람들과 상호들이 붙어있는

창덕궁과 경복궁 삼청공원 사이에 놓인 북촌을 뜻한다.

그리고 좀 더 확장해보자면 3ㅈhouse 마당에서 보이는 남산까지... 실제로 남산까지 보도로 종종 걸어가곤 한다.

매일아침 동쪽에서 뜨는 햇빛에 의해 잠을 깨고, 낮엔 구름이 흐르는 것을 마당에 지는 구름 그늘로 느끼게 된다.
일상의 사물들 보다 일상의 자연의 흐름이 친숙해지는 집이 바로 '가회동 집'이다.
4년의 시간동안 동거한 '가회동 집, 3ㅈ house'와 나는 닮아가고 있을까?
지난 4년 간 장마 내, 습기에 축축해져 생긴 벽에 생긴 얼룩처럼 내 마음에도 여 기저기 얼룩이 생긴 것을 보면,

가회동 집과 나는 서로 닮아가고 있는 것도 같다.

 

[2012년 9월12일의 기록]

 

 

올해로 머무른지 8년이 되어가는 가회동집-3ㅈ house-는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정망 좋은 한옥집이다.

2013년 2월 처음 이사를 왔을때는 '한옥마을'이란 이름이 없던 그냥 '북촌'인 동네였었다.

지금은 서울의 주요 관광지로 매일 아침 출근길 전 세계를 여행하는 듯  많은 외국인들을과 마주하는 동네가 되었다.

 

오늘 아침 골목길을 쓸고 있을 때 외출하시는 옆집 아저씨를 만났다.

새해 복 맣이받으라며 먼저 인사를 건내 주셨다.

"지온이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3ㅈhouse이 마스코드인 멍멍이 지온이에게도 새해 인사를 해 주셨다.

오가는 인삿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날 아침이었다.

마주치는 눈이 어색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원룸을 전전하다 머무르게 된 동네에서 나는 나의 20대를 보냈었고 30대가 된 지금도

동네의 많은 변화들을 몸소 느끼며 여러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매일 밤이면 잠들기 전 '일기'를 써야만 했다.

심지어 그 '일기'를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는데 -강제적으로 해야했던 '일기'라는 형태의 글쓰기 방법은 꽤나 귀찮은 행위였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거친 종이 위 연필로 한자한자 적어갔던 이야기들은 의심할 나위 없는 '나'에 대한 기억이었고

그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 되었었다.


시간이 흘러 - 너무 많은 글과 이야기들 속에서 부유하듯 그 속을 지나가는 나를 발견하였다.

읽는 글은 더 많아 졌지만 생각하여 스스로 쓰는 글은 거의 전무 하였고

하루 종일 종알거리며 말만 밷었지 스스로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2015년을 돌이켜 보며 노트에 새해의 결심을 끄적였다. (겨울은 반성의 계절인가 보다)

'...글을 쓰는 버릇을 들여야 겠다. 점점 글 속에 중심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가 없는 조용한 곳에서, 언어로 빈페이지를 차곡차곡 채우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행위 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쉴새 없이 함께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정제된 글을 쓸 때에는 '침묵'하기 마련이며,

이 '침묵'이라는 것은 언어의 과잉으로 가득찬 도시 안에서 누리기 힘든 호사이기도 한 것이다.


'...2016년은 2015년과 마찮가지로 365일이라는 날들이 내게 주어질 것이다. 쫓기지 않고 피하지 않고 한땀한땀의 지혜가 이끄는 시간이길 바란다. 

글을 읽는 시간만큼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길 바란다...'


글을 읽는 일,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썼던 어린날들의 '일기' 처럼 -늘 하루를 반성하고는 했으니- 지혜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식은 넘쳐나고 손쉽게 손에 잡을 수 있지만 지혜는 끈임없이 갈구하고 정성을 들여야 가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바램과 바램이 겹겹히 쌓인 한해의 끝자락에서, 그 '글쓰기'라는 행위를 시작한다.



2015년 12월13일 일요일

아현동 카페 soma에서


노트발췌 글 2015년 12월 4일 일요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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