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인도를 떠나기 전 인도에 대한 소설 몇권(상실의 상속/작은것들의 신/적절한 균형)과

수필 몇 권(길에서 만나다/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을 읽었었다.

읽었던 소설들은 현대 소설들이었는데 내게는 마치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시간을 거스른 낯설음이었다.

그리고 내게 인도여행은 그 낯설음을 온몸으로 겪었던 나날들이었다.

 

 

...지난 밤

검은 때가 잔뜩 고인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어두움이 무서운 곳이어서 더 무서운 나의 상상 때문에 나는 불을 켜둔 채, 기절하듯 잠이 들기를 바랬다.

하지만 결국 내 손으로 소등을 하고 말았다.

새벽 3시쯤부터 몸은 엉망으로 침낭 위를 헤엄쳐 다니고

생각은 그 낯선 방 안을 떠다니며, 이것저것에 진저리 치기 시작했다.

 

뭐 하나 제대로 된것이 없는 나라 (내 기준이 맞는 것이 없는...)

정직한 것이 하나도 없는 나라

비싸지도 않은 그 가게 앞에서 내게 문을 열어주는 그것도 싫어.

자는 동안 문밖, 창밖에서 들리는 그들의 언어에 문득 놀라 낯설어 하는 나에 대해 잠 속에서도 놀랐다.

소리마저 결벽증에 걸려 버렸다.

 

이방인으로 살기 힘든나라

제멋대로 치고 들어와서 만신창이가 되게 하는 나라

내 눈동자는 의심 가득한 물음표가 되어

'왜?'라는 단어는 저 어디 골목 보도블럭사이에서 찟겨 졌다.

6주가 다 되도록 단 하루도 내가 인도에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나는 몸이 굳은 사람처럼 뼛쭛뼛쭛했고

정신도 굳은 사람처러 생각이 작동되지 않았다. 

그것이 이 땅에서 생존을 위한 마찰을 줄이는 방법이었다는 듯이...

 

 

「2012년 8월 8일 인도, 콜카타(kolkata)에서 쓴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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