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매일 밤이면 잠들기 전 '일기'를 써야만 했다.

심지어 그 '일기'를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는데 -강제적으로 해야했던 '일기'라는 형태의 글쓰기 방법은 꽤나 귀찮은 행위였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거친 종이 위 연필로 한자한자 적어갔던 이야기들은 의심할 나위 없는 '나'에 대한 기억이었고

그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 되었었다.


시간이 흘러 - 너무 많은 글과 이야기들 속에서 부유하듯 그 속을 지나가는 나를 발견하였다.

읽는 글은 더 많아 졌지만 생각하여 스스로 쓰는 글은 거의 전무 하였고

하루 종일 종알거리며 말만 밷었지 스스로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2015년을 돌이켜 보며 노트에 새해의 결심을 끄적였다. (겨울은 반성의 계절인가 보다)

'...글을 쓰는 버릇을 들여야 겠다. 점점 글 속에 중심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가 없는 조용한 곳에서, 언어로 빈페이지를 차곡차곡 채우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행위 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쉴새 없이 함께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정제된 글을 쓸 때에는 '침묵'하기 마련이며,

이 '침묵'이라는 것은 언어의 과잉으로 가득찬 도시 안에서 누리기 힘든 호사이기도 한 것이다.


'...2016년은 2015년과 마찮가지로 365일이라는 날들이 내게 주어질 것이다. 쫓기지 않고 피하지 않고 한땀한땀의 지혜가 이끄는 시간이길 바란다. 

글을 읽는 시간만큼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길 바란다...'


글을 읽는 일,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썼던 어린날들의 '일기' 처럼 -늘 하루를 반성하고는 했으니- 지혜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식은 넘쳐나고 손쉽게 손에 잡을 수 있지만 지혜는 끈임없이 갈구하고 정성을 들여야 가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바램과 바램이 겹겹히 쌓인 한해의 끝자락에서, 그 '글쓰기'라는 행위를 시작한다.



2015년 12월13일 일요일

아현동 카페 soma에서


노트발췌 글 2015년 12월 4일 일요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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